Jiwon Lee

유에민쥔 《유에민쥔 : 한 시대를 웃다!》 - 짧은 감상

유에민쥔(岳敏君) 《유에민쥔 : 한 시대를 웃다!》전

2020-11-20 ~ 2021-05-09 한가람미술관

한 시대를 웃었던.

전시관의 첫 입구에서 디스플레이로 전시된 <처형>(1995)과 같은, ‘냉소적 사실주의’로서의 그의 초기 회화에는 어떤 비극을 두고도 웃을 수 밖에 없었던 처지에 대한 냉철한 자각과, 시대의 아픔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는 마치 영화 <조커>(2019)에서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했던 조커의 광기를 떠올리게끔 하는데, 극중에서 “지금까지 나의 삶은 비극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희극이었다”는 자조섞인 조커의 웃음이 어디까지나 개인이 맞닥뜨린 비극에서 비롯되는 페이소스라면, 유에민쥔의 회화는 너와 나, 모두의 삶에서 자아져 오는 비극을 조소한다. 그렇기에 그 웃음은 더 구슬프다.

유에민쥔의 일련의 초기작들은 중국인들이 품어야했던 아픔을 가감없이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분명한 사실주의였다. 작가가 경직된 중국 사회를 보는 눈은 차가웠고, 그의 작업에서 떠오르는 인물들의 어색한 웃음은 좌절된 인민의 꿈에 대한 무력감을 고스란히 머금었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본 전시에서 주로 작가의 2010년대 작들로 이루어진, ‘죽음을 기억하고 삶을 찬미하라(Memento Mori, Carpe Diem)’나, 최신작들을 모아둔 ‘일소개춘’과 같은,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테마는 그의 초기작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이는 그의 냉소적 사실주의에는 메멘토 모리는 있을지언정, 삶에 대한 찬미는 결여되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그의 초기 작가적 태도에는 삶은 끊임없는 고통의 대상이었지 찬미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냉소이며, 그렇기에 슬픈 광대와 같은 웃음을 머금은 회화였다. 하지만 10년대 이후의 작가의 그림은 회화적 표현과 웃는 얼굴이라는 주제만 반복되고 있을 뿐, 더 이상 그 웃음에 슬픔이 묻어나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일련의 단절이 작가 본인의 심정적 변화때문인지, 외부적 환경의 개입에 의해 야기된 것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나, 그곳에 더 이상 현실을 담아내던 사실주의는 사라지고 지독한 냉소만이 남은 듯 하다.